자기개발서가 필요한 시간
대한민국 대표 서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 정문으로 들어가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도서 섹션은 자기개발서이다.
모든 서적 매대는 전략적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자기개발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너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참고로 서점 내 모든 매대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MD와의 협상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배치 할 수 있다.
굳이 오프라인 서점까지 갈 필요 없이 Big3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의 베스트 셀러를 클릭해보면 Top 10 가운데 적어도 4권 이상의 자기개발서를 발견 할 수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 자기개발서 매대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매일 서점에 들리지 않는 한 재방문 했을 때 같은 책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나와 조금만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내가 자기개발서를 혐오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무조건적인 혐오가 아니라 많이 읽어본 사람으로서 정당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거지만, 요즘은 사람들 앞에서 혐오 발언은 지양하고 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인생책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개발서가 등장하는 비율이 꽤 높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시 한번 말하면, 나는 자기개발서를 싫어한다.
하지만 분명히 자기개발서가 필요한 시간은 있다.
삶이 답답할 때, 뭐라도 좋으니 해결책이나 변화가 필요할 때 나는 자기개발서를 찾았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들, 마치 살을 빼고 싶으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논리를 장황하고 있어보이게 포장한 문장들이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저자도 나랑 같은 고민을 했구나. 내가 특별히 뒤쳐진건 아니구나 단순히 성장하는 과정이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위로 받는다.
나에게 자기개발서는 힐링서적이다. 주기적으로 구매하여 책장의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기개발서는 나의 답답한 기분을 대변하고 나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또한 내 책장의 자기개발서의 숫자는 나의 실패 횟수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자기개발서는 실직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을 빼려면 실제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효율적으로 살빼는 방법만 찾는다고 몸이 변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꾸준히 어떤 행동을 반복하며 긴시간 지속해야하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나는 실패하고 답답할 때 다시 자기개발서를 찾았다.
마침내 책장 한 줄을 통째로 차지 했을 때, 눈에 안보이도록 침대 서럽에 모두 넣어놨다.
따라서 나에게 자기개발서는 내 치부를 돌아보게 하는 불편한 코너이다.
추가로 자기개발서는 가장 많은 마케팅을 하는 도서 섹션이다. 인간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돈을 지불하게 한다. 노골적으로 돈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개발서가 잘 팔리는 이유는 모두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고 그로인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자기개발서가 필요한 시간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위로를 자기개발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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