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영화 감상평
별점 : 4.5(★★★★☆)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퇴근 후 맥주 한잔 홀짝이다 이제 뭐하지 생각하던 중 한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 포스터속에 있는 장동건 배우님을 오랜만에 봐서 영화 제목이 기억에 남았다.보통의 가족 대충 포스터만 봐도 뭔가 답답하고 사람을 심리적으로 옥죌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맥주집에서 영화 시간을 검색해보니 한 시간 뒤에 표가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일행에게 "영화보러 갈래?" 물었더니, 일행은 "지금? 갑자기?" 라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즉흥이였나? 싶었지만 이내 "좋아, 가자"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기린 맥주 한 잔을 더 비운 뒤 영화관으로 총총 향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만족감이 확 밀려왔다. 좋은 영화를 본 뒤 느끼는 충족감, 그리고 늦은 시간에 영화관 밖에서 맡는 공기,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이다.
많은 도덕적인 도전과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영화 내내 도덕적 가치판단이 머리속에서 계속 작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볼때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피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도덕적인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사건을 직접 마주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흔들리는 모습이 좋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도덕적인 의사결정의 고민을 너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추가로 각 캐릭터에 맞게 캐스팅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물론이고 인물의 성격에 이미지가 찰떡 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소설과 영화가 떠올랐다. 우선 비슷하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완벽한타인의 분위기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B.A Paris의 소설들도 떠올랐다.
나는 인간본성을 다루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우리 내면에 분명 존재하는 어떤 것들, 문화적, 예술적 표현으로만 허락받는 불편한 부분을 다루는것이 재밌다. 보통의 가족 또한 그런 흐름으로 나의 취향에 맞았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는데 좋은 영화를 봐서 좋았다.
도덕적인 기준은 변한다
이 영화가 재밌는것은 끊임없이 개인의 가치판단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 소재들이 영화에서도 설정이 잘 되어 있다. 결과가 이득이 되는 행동과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 끊임 없이 충돌한다.
어머니를 실직적으로 모시고 있는 재규 부부는 요양원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반응이 미묘하게 갈린다. 재완이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자고 하자 재규는 불같이 화를낸다. 하지만 재규는 직접적으로 모시고 있지는 않다.
연경은 집에 가는길에 나쁜이야기는 아니라며 재규의 눈치를 본다. 돈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건 도덕적으로 옳지는 않지만 실리적이다. 너는 어떻게 할래? 라고 묻고 있다. 더 불편한점은 그 요양원이 매우 비싸다는 사실이다. 일반사람은 하기 어렵다.
변호사 재완은 제일 실리적인 등장인물이다. 직면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려는 사람이다. 많은 것들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책임을 가장 많이 느끼는 인물이다 그리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유일한 사람이다. 마지막에 딸을 고발하려고 생각을 바꾼 것도, 딸이 절대 바뀌지 않을 본성의 인간임을 깨닫고 신고하는게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극중에서 재규는 원칙주의자다. 과거에는 봉사활동도 많이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재규는 영화에서 제일 우유부단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아들의 학폭은 방치했으며 큰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경찰서에 데려가지는 못한다. 가장 흔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은 원칙주의자인데 행동은 그렇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는 끝까지 보면 재완보다 더 불편한 캐릭터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우유부담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자식이란 인간을 완벽히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할 때 착하다는 말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말이다. 착하다는 말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이 적어도 5할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은 도덕적인 판단 기준을 시험받아야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당신도 나도 폭력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다. 영화 초반에 차로 사람을 친 재벌의 자식도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 같으니까 그렇게 행동하지 않겠나?
인간은 어찌됐든 본인의 이득을 먼저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아이히만의 악은 본성이 악해서가 아닌 무사유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개념이다. 어떤 행동을 할때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건 언제나 악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악하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을 내뱉기 전 한번만 더 생각한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나라면 어떻게 할 것 인가 ?
이 영화를 본다면 서로 한번씩은 해볼 질문이 아닐까? 나라면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 손으로는. 내 가족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안고 사는것도 물론 지옥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신고한다면 나는 내 가족에게 배신자가 되는것이다. 나는 그렇게 사는게 더 지옥일 것 같다. 가족의 어둠을 안고 같이 살아가는게 나에게는 덜 지옥으로 보인다.
자녀가 있다는 건 어떤 느낌 일까?
제일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극중 연경이 우리는 좋은 일 많이 했으니까 한번쯤은 이래도 되잖아요 라고 했던 장면이다. 봉사활동을 꾸준히하고 남의 아픔을 공감하여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릴정도로 민감한 감수성의 소유자인대 자식의 일 앞에서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대사가 충격적이였다.
자식이라는건 그럴걸까 ? 본인의 가치, 도덕적인 가치 따위는 뒷전으로 할 만큼 소중한 존재라는게 생기는 것일까 ? 경험해보지 않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영화는 자녀들 둔 사람들은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누군가 느낀다는게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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