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운영 1주년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독서모임 운영 1주년을 달성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 보람 있었다! 이런 느낌은 전혀 아니고 " 아니 벌써 1년이나 지났다고" 정신차려보니 1년인 느낌 입니다.
현재 독서모임은 제가 처음 기획했던 모습과 다릅니다. 처음 기획은 소수 정예 운영이었습니다.
공릉동 책방의 시작 그리고 교수님의 조언
제 독서모임은 대학교 시절 교수님께서 주관하셨던 독서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콤팩트하게 진행되었고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기억을 되살려 소모임 앱을 통해 여러 독서모임을 참가했고 불만족에 결국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릉동책방을 처음 만들 때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교수님은 소수로 끈끈하게 운영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소수로 꾸준히 진행해야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렇게 되면 머리속에서 검열하지 않은 생생한 생각들이 오가는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교수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독서모임의 처음 기획 방향은 소수 정예 운영이었습니다. 모임 가입 제한 인원을 20명으로 설정하고 한 번 모일 때 최대 6명만 받는걸로 정했습니다.
소모임 어플에 모임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명이 금방 가입했습니다. 정말 놀라고 신나는 마음으로 제 1회 모임까지 얼른 진행했습니다. 서투르지만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지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위기와 깨달음
순조롭게 1회 모임을 마치고 신나서 바로 2회 모임 책을 선정하고 발제문도 금방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좋아하고 여러번 읽었던 책으로 선정해서 준비시간도 짧고 즐겁게 준비했습니다. 아..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아무튼
2회 공지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참가 신청이 저조했습니다. 결국 2회 모임은 인원 수 부족으로 취소되고 다음으로 밀리게 됩니다.
다음 모임이 열리는 2주 동안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했습니다.
가장 크게 깨달은건 원래부터 알던 사람들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임을 진행하는 한 소수정예는 유토피아라는 점 입니다.
지정도서제의 단점
지정도서제는 참여하는 것 만으로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모임입니다. 우선 정해진 시간안에 책을 완독해야하며 발제문의 답변도 준비 해야 합니다.
공릉동책방은 2주에 한 번 모임이 열리는데 전부 참가하려면 2주에 1권 페이스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쉽지 않겠죠... 저도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완주하면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나가도 그만 안나가도 그만인 취미 활동에 그 정도로 에너지를 쏟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지정도서제는 독서모임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에게는 선뜻 참가하기 쉽지 않은 형태입니다. 독서모임이 뭔지 가볍게 맛만 보고 싶은데 지정도서제는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자유도서제는 평소에 내가 재미있게 읽었거나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나와서 설명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 가능합니다. 또한 책을 소개하는 개념이 크기 때문에 상대방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잘 모릅니다.
지정도서제는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완벽에 대한 강박이 생깁니다. 책을 다 읽는건 당연하고 공통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직접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도서제에 비해 무겁습니다.
실제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처음 참여하는 분들에게 한 분도 빠짐없이 독서모임 경험 유무에 대해 여쭤보았는데 그 비율은 7:3 정도로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큰 맘먹고 한번 나와도 바쁜 일상에 끼워넣기에는 꽤 품이 많이 듭니다.
독서모임 운영의 현실(이상과 현실)
1. 독서모임을 대하는 온도차이
독서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전부 저처럼 독서모임에 대한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수정예를 꿈꿨던 저는 모임에 한 번 나오고 다음에는 안나오는 상황 자체를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을 전면 수정하게 됩니다.
우선 모임 가입인원을 50명으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책 선정도 빨리 진행해 독서시간을 최소 3주는 확보했습니다.
2. 책 취향은 꽤 강하다
저희 독서모임은 부제가 있습니다. "지적 허영심을 위한 독서모임"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고 칭찬도 받았던 부제입니다. 이름은 들어봤는데 안 본 책, 남들은 다 본거 같은데 나만 모르는 책을 겨냥해서 읽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모임 취지에 맞게 고전을 위주로 읽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는 소설을 주로 읽습니다. 지식 서적이나 에세이는 최대한 지양합니다. 그러다보니 참여인원이 제한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강 작가의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평소 인터넷 3대 서점 베스트 셀러에 들어가보면 상위 20개의 서적 중 절반 이상이 자기개발서적입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자기개발서적을 많이 읽고 사랑합니다.
가끔 자기개발서 느낌이 나는 책을 선정하면 참여인원이 확 늘고 고전이나 소설로 돌아오면 참여인원이 확 주는 현상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독서모임 참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일상에서 익숙한 장면이 아닙니다. 아마 안해보신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새로운 경험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지금까지 저희 모임에 들어오신 분들은 160명 정도 됩니다. 그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참가하신 분들은 50명 입니다.
독서모임을 참가하려고 모임에 들어왔는데 막상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은 30%가 안됩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정말 힘듭니다.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다른 행동에서 용기 있으신 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독서모임에 처음 나오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독서모임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찍어 먹어봐야 알지 않을까요 ?
독서모임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용기를 내보는것을 추천드립니다.
공릉동책방 소모임 : https://somoim.friendscube.com/g/eaa9beca-67ee-11ee-bd49-0ae07ed707151
공릉동책방 노션(모임도서 리스트) : https://violet-badger-ea8.notion.site/11053371ad074ace8514479fb39aece5?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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